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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주재 러 대사관 앞에도 시민 추모 발길


프랑스 파리 러시아 대사관 앞에 러시아인 등 시민이 놓고 간 추모 꽃들.
[AP 연합뉴스]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참담한 심정이다. 이건 말 그대로 도살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사는 러시아인 알렉산드라(38)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에서 벌어진 끔찍한 테러 소식에 몸서리를 쳤다.

알렉산드라는 24일 연합뉴스에 "아마 동영상을 봤겠지만 그들은 총으로 무장하고 공연장에 들어가서 가능한 많은 사람을 죽였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개탄했다.

그는 "고향에서 들려오는 나쁜 소식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곳엔 선거도 없고, 평화에 대한 희망도 없다"며 최근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압도적인 득표율로 5선에 성공한 일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가로서 우리는 끝났다. 솔직히 러시아인에게 미래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유일하게 긍정적인 점은, 우리가 세계 지도자들로부터 애도의 표현을 받았다는 점"이라고 자조했다.

모스크바로부터 2천800㎞ 떨어진 파리의 러시아인들에게도 이번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의 충격은 그대로 전해졌다.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파리 16구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 앞에는 23일 오전부터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조화와 응원 편지가 놓이기 시작했다.

눈을 뜨자마자 붉은 장미 꽃다발을 들고 대사관을 찾았다는 러시아인 이리나는 르파리지앵에 "제가 느끼는 감정과 깊은 슬픔을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러시아인 학생 이고르도 "지금 시대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믿을 수 없어 슬픔과 좌절을 느낀다"며 "2015년 바타클랑 공연장 테러 때와 똑같은 기분이다. 어느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2015년 파리 테러가 벌어진 바타클랑 공연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파리 시민들은 이번 모스크바 테러를 보는 심정이 남다르다. 이고르의 말대로 9년 전 파리 바타클랑 공연장에서 유사한 참극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2015년 11월 13일 파리 시내의 바타클랑 공연장에선 무장 괴한 일당이 난입해 무차별로 소총을 난사하는 테러가 벌어졌다. 공연장엔 1천여명의 관객이 미국 록 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의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당시 테러로 바타클랑 공연장에서만 90명이 숨졌다.

이들 테러 일당은 스타드 드 프랑스 축구장 등 파리 시민이 즐겨 찾는 곳을 골라 연쇄 테러까지 저질러 전체 희생자가 130명까지 늘어났다. 이번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규모와 비슷하다.

모스크바 테러와 마찬가지로 당시 이슬람국가(IS)는 바타클랑 공연장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소르본누벨 대학교의 연구원이자 '피의 코란'의 저자인 아멜리 셸리는 르파리지앵에 "러시아는 그들의 바타클랑을 경험하고 있다"며 "IS는 시민사회와 국가를 겨냥하고 있는 만큼 목표물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전문가이자 전략연구재단의 부대표인 이자벨 파콩은 "러시아는 2015년부터 IS의 표적 중 하나였다"며 러시아가 시아파 세력인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온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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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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