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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엿듣기 위한 의도로 몰래 녹음한 게 아니라면 이미 녹음 된 타인 간 대화를 재생해 듣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4일 대법원 2부는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금지하는 ‘청취’란 ‘타인 간 대화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그 대화를 엿듣는 행위’이고 ‘대화가 이미 종료된 상태에서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하여 듣는 행위’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이런 법리를 밝힌 건 한 부부가 파경에 이르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홈캠 녹음 전송 사건’에서 시작됐다.

A씨는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이던 지난 2022년 4월 남편 B씨의 피해 호소로 형사 재판에도 넘겨졌다. 검찰은 A씨에게 세 가지 죄명을 적용했는데 2년 전 홈캠에 녹음된 남편과 시댁 식구들의 대화를 다른 사람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로 보냈던 일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가 됐다.

하지만 법원은 1·2·3심 모두 A씨를 이 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처음엔 녹음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1심 과정에서 살펴보니 홈캠은 두 사람이 동의해 석 달 전 신혼집 거실에 설치했던 것이고 별도 조작을 하지 않아도 움직임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녹음되는 방식의 장치였다.

검찰은 2심에서 전략을 추가해 ‘불법 녹음’이 아니라면 ‘불법 청취’엔 해당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통신비밀보호법 14조 1항은 ‘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대법원은 ‘대화’란 ‘원칙적으로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행위’이고, 통비법에서 금지하는 ‘청취’는 자신의 청력으로 들을 수 없는 걸 장치나 기계를 통해 실시간으로 엿듣지 말라는 취지인데 이미 대화가 끝난 녹음물을 재생해 듣는 것까지 처벌하게 되면 ‘청취’의 범위를 너무 넓히는 거라고 봤다.

대법원은 “위법한 녹음 주체가 그 녹음물을 청취하는 경우에는 그 위법한 녹음을 금지 및 처벌 대상으로 삼으면 충분하고, 녹음에 사후적으로 수반되는 청취를 별도의 금지 및 처벌 대상으로 삼을 필요성이 크지 않다”면서 “적법한 녹음 주체 또는 제3자가 그 녹음물을 청취하거나 위법한 녹음물을 녹음 주체 외의 제3자가 청취하는 경우까지 금지 및 처벌 대상으로 삼으면 이들의 행동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게 된다”고 했다.

불법 녹음을 했다면 그걸로 처벌하면 될 일이고 우연히 녹음된 걸 듣는 경우까지 처벌할 순 없다는 얘기다.

A씨는 B씨의 자동차에서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빼 온 일, B씨의 휴대폰에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을 깐 일로도 재판받았는데 이와 관련해선 대법원에 오기 전 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A씨가 B씨 차를 뒤진 게 ‘자동차수색죄’가 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르기 전 법률상 배우자로서 남편의 차를 열어보는 건 문제 없는 행동이라며 무죄로 봤다.

위치추적 앱 설치는 A씨 자신도 잘못을 인정했고 유죄로 판단됐다. 다만 대구고법은 “B씨의 부정행위 여부를 확인할 목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이며 “지난해 두 사람은 B씨의 특수협박 및 성매매를 주된 이유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러 이혼 판결을 받았다”며 이 부분은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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