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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우리말365’에 질문 쏟아져
문해력 저하 세태 반영하는 ‘의도 모를’ 질문도
지난 18일 국립국어원 '우리말365' 서비스에 들어온 질문. 최현규 기자

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국립국어원에서 이혜진 상담사가 '우리말365'에 들어온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지난 18일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우리말365’ 카카오톡 메신저 창에 한 질문이 들어왔다. ‘밤양갱’의 정확한 발음이 ‘바먕갱’인지 ‘밤냥갱’인지 묻는 내용이었다. 최근 가수 비비의 노래 ‘밤양갱’이 인기를 끌자 젊은층에서 이런 질문을 많이 보내온다고 한다.

우리말365 상담사 7년 차인 이혜진 상담사는 곧바로 답변을 적어 내려갔다. 밤양갱은 국어사전에 정식 등록된 단어가 아니다. 따라서 표준발음도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이를 밤과 양갱의 합성어로 보면 ‘ㄴ’을 첨가해 ‘밤냥갱’으로 읽을 수 있다. 다만 단순히 연음해 ‘바먕갱’으로 발음해도 된다. 이 상담사가 해당 내용을 설명하자 ‘감사합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온라인 미디어의 폭발적 증가로 리터러시(literacy·문해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립국어원의 ‘우리말365’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국어원은 국민의 원활한 언어 생활에 도움을 주고자 2014년부터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톡 채널 친구를 추가한 뒤 질문을 하면 상담사가 답을 해주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우리말365를 친구로 추가한 사람은 약 23만9000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400건의 질문이 들어온다. 이용자 대부분이 젊은 세대로 추정된다. 상담사 10명이 우리말365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질문 가운데 60%는 띄어쓰기와 같은 맞춤법 규정에 관한 내용이다. 그 외 문법, 언어예절, 언어생활 등에 관한 질문도 다수 접수된다.
서울 강서구 국립국어원에 비치된 맞춤법 관련 책들. 최현규 기자


우리말365의 경우 한 사람이 매일 5개의 질문만 할 수 있다. 이는 특정 직업군이 주로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시험 문제를 내는 교사나 자막을 만드는 방송계 종사자 등이 우리말365 서비스를 자주 찾는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애용한다. 국어원은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질문 횟수를 제한했다.

우리말365 상담사들은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문해력이 떨어지는 걸 체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질문이 들어오면 프로필 사진을 보고 나이를 짐작하는데, 젊은 사용자 상당수가 요지를 파악하기 어려운 질문을 보내오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글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니, 자신이 어떤 질문을 하고 싶은지조차 정리가 어려운 것이다.

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국립국어원에서 이정미(왼쪽) 국어생활종합상담실 팀장과 이혜진 상담사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국어원 측은 문해력 향상을 위해 글을 읽는 환경에 노출되는 빈도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정미 국어생활종합상담실 팀장은 24일 “문해력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건 동음어(발음은 동일하나 의미가 다른 두 개 이상의 단어)인데 이를 구분하기 위해선 독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을 빚은 ‘심심(甚深)한’ 사과 같은 단어가 동음어의 대표적 사례다.

이 팀장은 “요즘엔 독서보다 재미난 게 너무나 많은 것이 문제”라면서도 “즉흥적이고 흥미 위주의 콘텐츠보다는 교정과 편집을 거친 신문 기사나 출판 형태로 나온 책을 통해 문장 구조가 깔끔한 글을 자주 접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양? 지향? 뜻 몰라 대화 난감… 조병영 교수 “글 읽기로 문해력 키워야 ”



대학생 정모(21)씨는 최근 친구와 대화를 하다 적잖이 당황했다. 대학 입학 후 씀씀이가 커진 정씨가 “과소비를 지양해야겠다”고 말하자 “돈을 아끼고 싶다면서 왜 그렇게 말을 하냐”는 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친구가 특정한 것을 하지 않는다는 ‘지양’을, 목표 달성을 향해 나아간다는 뜻의 ‘지향’으로 알아들었던 탓이다. 정씨는 “친구가 평생 숙제 용도를 제외하고는 책을 거의 한 권도 안 읽었다고 한 게 떠올랐다”며 “평소엔 대화가 잘 통하던 친구인데도 이렇게까지 단어를 모른다는 게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를 둘러싼 문해력 저하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흘’이나 ‘무운을 빈다’는 단어나 관용어구의 뜻을 오해해 벌어진 논란에서 보듯, 문해력 차이로 세대 간 소통이 단절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조병영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이런 세태에 대해 글을 읽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조 교수는 24일 “유튜브 등 영상 미디어가 인기를 얻고, 접근하기도 쉬우니 수고롭게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하는 글보다 보기 편한 영상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과 책을 멀리하는 세태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년 국민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중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성인이 1년 내내 읽은 책도 평균 4.5권에 그쳤다. 국민독서실태는 2년마다 조사하는데, 지난해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조 교수는 문해력을 기르려면 글과 가까워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영상과 달리 글은 추상적이다. 글을 읽고 이해하려면 영상을 볼 때보다 더 큰 상상력과 인지적 노력이 요구된다. 조 교수는 “글을 읽는 건 추상적인 기호를 다뤄서 구체적인 의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한마디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추상적 개념, 논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현상 등은 영상으로 처리하기 굉장히 어렵다”며 “배움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것이 개념학습인데, 이 개념도 결국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것들을 요구한다. 대학 전공 수업을 영상이 아닌 책과 논문으로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글 읽기에도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금 읽고 있는 글이 10년 전 읽던 글보다 더 좋고 복잡한 글인지를 따져보면 된다”며 “만약 그렇다면 문해력이 향상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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