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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난사 후 방화… 혼란과 공포 속 아수라장
23일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 전날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테러 희생자를 애도하는 꽃과 함께 '테러'에 반대하는 팻말이 놓여 있다. 베오그라드=AFP 연합뉴스


"바닥에 엎드려 죽은 척했어요."

22일(현지시간) 저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있는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록 밴드 피크닉의 콘서트가 시작되기 직전. 6,200여 명 인파가 꽉 들어찬 공연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당시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하던 테러범들을 피해 숨죽이며 탈출을 시도했던 한 10대 소녀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공포에 떨던 순간을 러시아 국영 방송 RT에 이렇게 전했다.

"우리를 발견한 테러범 중 한 명이 돌아와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어요." 그는 죽은 척 바닥에 쓰러져 살아남았지만, 그 옆에 누워 있던 한 소녀는 살해됐다. 테러범은 바닥에 널브러진 시신에도 총격을 가했다.

공연 시작 불과 몇 분 전 테러가 자행된 탓에 많은 이들이 총소리가 공연의 일부거나 폭죽 소리라고 생각했다. 임상심리학자 아리나(27)는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듣고 콘서트의 일부인 줄 알았다"며 "그러나 어느 순간 뭔가 심각하게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영국 가디언에 말했다.

22일 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이 테러범의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생존자 증언에 따르면 테러범들은 마치 산책하듯 공연장 로비를 조용히 걸어 다니며 무작위로 총격을 가했다. 아내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변호사 안드레이(58)는 "테러범들은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자신감 있고 침착하게 사람들에게 기관총을 쏘면서 복도를 걸어갔다"고 영국 더타임스에 말했다. 직원 안내를 따라 사람들이 무대 옆 비상구를 통해 공연장 안으로 대피하자 테러범들도 따라 들어갔다고 한다.

당시 2층 카페 기둥 뒤에 숨어 이를 지켜보던 안드레이는 "갑자기 홀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며 "어떤 사람은 의자 뒤에 숨고, 어떤 사람은 바닥에 쓰러졌다"고 했다. 공연장 안에 있던 아리나는 "우리 모두는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며 "옆을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다쳐 피범벅이 돼 있었다"고 전했다.

테러범들은 무차별 총격을 가한 뒤 인화성 액체를 뿌려 불을 질렀다. 공연장 내 남아 있는 사람들을 모두 살해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사망자 대다수가 총에 맞거나 화재로 인한 유독 가스 중독으로 숨졌다. 사람들이 대피했던 화장실에서만 시신 28구가 발견됐고, 비상계단에서도 14구가 나왔다고 가디언이 현지 언론 바자를 인용해 전했다. 화장실에선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꼭 껴안은 채 숨진 어머니도 발견됐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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