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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공격 가능성 알고도 20여년 만의 최악 테러 못 막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일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과 관련해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러시아는 미국의 테러 사전 경고를 무시했나?

미국이 ‘이슬람국가호라산’이 저지른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에 앞서 관련 정보를 러시아에 알렸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부는 20여년 만의 최악의 테러 피해를 막지 못했다.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관은 지난 7일 “극단주의자들이 콘서트를 비롯해 큰 규모의 모임을 표적으로 삼는 임박한 공격 계획을 세웠다는 보고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미국인들은 앞으로 48시간 동안 큰 규모의 모임 참석을 피하라”는 경고문을 러시아 거주 미국인들에게 보냈다.

미국은 러시아 정부와도 직접적으로 소통했다고 밝혔다. 에이드리엔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당시 미국 정부가 “경고의 의무 정책”에 따라 러시아 당국과 이런 정보를 공유했다고 22일 밝혔다. ‘경고의 의무’는 미국 정보기관들은 테러 등 중대한 위협에 관한 정보는 적성국일지라도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러시아도 테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는 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연장 테러 사흘 전인 지난 19일 푸틴 대통령은 정보보안기구인 연방보안국(FSB) 간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테러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테러 전술”로 전환하고 있다고 당시 주장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내에서 테러 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서방의 경고를 “도발적인 언급”이라며 “우리 사회를 협박하고 불안정시키려는 명백한 협박 및 의도를 닮았다”고 비난했다.

이는 러시아와 미국 사이 불신을 드러낸다. 러시아는 미국이 전달한 정보를 완전히 일축했다기보다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를 협박하려는 의도의 일환으로 받아들였음을 시사했다. 따라서, 러시아는 미국이 전달한 정보를 다른 방향에서 대처하다가 테러 방지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이 러시아에 전달한 정보가 구체적으로 정확히 어떤 것이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테러 첩보 및 경고는 일상적으로 나온다. 2001년 9·11테러 전에도 미국 정보 당국은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대형 테러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부시 행정부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가 일었다. 하지만, 이런 정보가 이전부터 수없이 나왔던 경보와 차별성이 있었는지 그리고 부시 행정부 지도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비중 있게 보고됐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전쟁을 벌여온 미국은 이슬람국가에 대해 광범위한 정보망을 갖고 감시해왔다. 특히, 이번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를 벌였다는 이슬람국가의 지부인 ‘이슬람국가호라산’은 미군이 지난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 철군할 때 카불 공항에서 폭탄테러를 저질러 미군 13명이 숨지게 한 테러 단체다. 미국의 특별 주시 대상이었으며, 미국이 이 단체에 대한 정보를 축적해 왔다.

푸틴 정부는 미국의 경보에도 불구하고 테러 대응에 실패했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러시아가 테러 용의자들을 체포한 뒤 우크라이나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이런 책임론과 관련해 입지를 세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과 러시아의 모스크바 공연장 범행 주체를 놓고 벌이는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이번 테러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관련설을 주장하자, 미국은 즉각 이슬람국가의 범행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아드리엔느 왓슨 백악관 안보위 대변인은 22일 성명에서 “이슬람국가가 이 공격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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