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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기업, 기체 길이 108m 비행기 개발 착수
An-225 압도…풍력발전기 날개 수송 목적
자동차 실어 도로로 옮기면 날개 ‘70m’ 한계
하늘 이송해 한계 돌파…간이 활주로서 이착륙
미국 기업 라디아가 지난주 개발에 착수한다고 발표한 세계 최대 비행기 ‘윈드 러너’의 모습. 기체 길이가 108m에 이른다. 라디아 제공


길이 100m짜리 풍력발전기 날개를 내부에 적재 중인 세계 최대 비행기 ‘윈드 러너’의 상상도. 이렇게 긴 날개는 고가도로와 주변 건물 등을 피해 도로로 이송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라디아 제공


#.태양의 갑작스러운 이상 활동으로 다량 방출된 ‘중성미자’라는 물질이 지구를 덮친다. 전자레인지에서 나오는 마이크로파가 생수를 데우듯 중성미자는 지구 내부를 비정상적으로 가열한다. 그 결과는 재앙이었다. 전 세계에서 대지진이 발생하고, 화산이 폭발한다. 사람들은 당황한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혼란의 와중 허겁지겁 공항으로 대피한 사람들 앞에 비행기 한 대가 등장한다. 끝을 알 수 없는 기다란 동체가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비행기 내부는 자동차 여러 대가 실릴 정도로 넓다. 비행기라기보다는 배에 가깝다. 하지만 이 비행기는 여러 사람을 살리기 위한 구난선은 아니었다. 비행기 소유주인 대부호는 무너지는 지상의 건물들을 뒤로 한 채 소수의 일행만을 데리고 하늘로 날아올라 목숨을 건진다.

2009년 개봉한 미국 공상과학(SF)영화 <2012> 속 얘기다. 스크린에 등장한 거대한 비행기의 모델이 된 기종은 ‘안토노프 An-225’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비행기 가운데 가장 크다.

그런데 세계 최대 비행기 자리를 곧 다른 주인공이 꿰찰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한 스타트업이 An-225를 능가할 비행기를 만들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주목되는 점은 새로 만들려는 비행기의 목적이다.

100m 날개 적재 ‘거뜬’

미국 기업 라디아는 지난주 회사 공식 자료를 통해 “풍력발전기에 장착하는 날개(블레이드)를 육상 목표 지점으로 공중 수송할 비행기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풍력발전기 형태는 기다란 직선형 날개 3개를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한 바람개비다. 대기의 흐름으로 이를 뱅글뱅글 회전시켜 전기를 만든다.

라디아가 개발할 비행기 이름은 ‘윈드 러너’다. 윈드 러너의 가장 큰 특징은 거대한 덩치다. 제트엔진 4기를 장착할 이 비행기의 동체 길이는 무려 108m다. 시내버스 10대를 일렬로 붙여놓은 길이다.

이런 엄청난 길이는 대표적인 대형 기종인 보잉 747(76m)은 물론 2022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으로 파괴된 세계 최대 비행기 안토노프 An-225(84m)를 압도한다.

An-225는 보통 비행기가 아니다. 구소련 시절 우주왕복선을 옮기기 위해 특별히 제작됐다. 그만큼 개발의 핵심은 거대한 동체의 구현이었다. 그런 An-225가 왜소해 보일 정도로 윈드 러너를 만들겠다는 것이 라디아의 계획이다.

윈드 러너의 엄청난 길이는 길이 100m짜리 풍력발전기 날개를 동체 안에 거뜬히 넣기 위한 용도다. 현재 생산되는 가장 긴 풍력발전기 날개 길이가 대략 100m다. 아직은 제조 공정상 어려움 때문에 수십m짜리 날개가 더 많지만 가까운 장래에 100m 날개가 일반화할 것으로 관련 산업계와 학계는 전망한다. 날개가 길수록 전력 생산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라디아는 윈드 러너 기수의 화물 적재용 출입구를 텀블러 뚜껑처럼 열어 풍력발전기 날개를 동체 안에 밀어 넣을 예정이다.

육상서 녹색 에너지 확대 기대

윈드 러너의 목적이 풍력발전기 날개를 육상 어느 지점으로 수송하는 데 있다면, 그냥 자동차를 쓰면 되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비행기는 운송 비용이 비싼데다 기다란 활주로도 필요하다.

그런데도 윈드 러너를 굳이 개발하려는 것은 도로를 통해 옮길 수 있는 날개 길이의 한계가 약 70m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 길이의 날개라도 자동차로 옮기려면 도로를 통제한 채 저속 이동해야 한다. 고가도로와 도로 표지판, 주변 건물도 신중하게 피해야 한다.

특히 곡선 구간이나 교차로가 문제다. 길이 10m 수준인 버스도 안전하게 회전하려면 주변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데, 이보다 훨씬 긴 풍력발전기 날개의 경우 방향 전환이 고역일 수밖에 없다. 도로가 아닌 하늘로 이동하는 윈드 러너를 이용하면 풍력발전기 날개 길이 때문에 골치를 썩을 일 자체가 사라진다.

라디아는 윈드 러너를 최대 항속거리 2000m, 마하 0.6(시속 734㎞)으로 날 수 있도록 설계할 예정이다. 자동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빠르게 날개를 옮길 수 있다.

윈드 러너는 풀이 자라고 조약돌이 굴러다니는 간이 활주로에서도 거뜬히 뜨고 내릴 수 있도록 내구성을 높여 설계된다. 1800m 길이의 평탄한 땅만 있으면 된다.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자연 환경 가까이에서 이착륙하겠다는 의도다

아스팔트가 깔린 소수의 번듯한 공항에서만 뜨고 내릴 수 있다면 또다시 자동차에 날개를 옮겨 실어 도로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라디아는 “윈드 러너를 통해 육상에 풍력발전기를 더 많이 설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녹색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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