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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경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장

최복경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장


동해에는 2개의 큰 섬이 있다. 울릉도와 독도이다. 독도는 주변 작은 암초까지 포함해 동서 및 남북 길이가 각각 약 1㎞이다. 높이는 서도의 경우 해발 168.5m, 동도는 98.6m이다.

울릉도는 독도보다 훨씬 크다. 동서 길이 12㎞, 남북 길이 약 11㎞이며 가장 높은 성인봉은 해발 984m에 이른다.

섬이 드문 동해에서 성능이 좋은 카메라나 망원경을 쓰면 육지에서 울릉도나 독도가 보일까. 울릉도와 독도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의 육지는 경북 울진군 죽변항 인근이다. 죽변에서 울릉도는 직선거리로 약 130㎞, 독도까지는 약 216㎞다.

자, 이제부터 죽변에서 울릉도를 맨눈이나 망원경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 지구 곡률을 고려해 계산해 보자. 높이 26m인 죽변 등대에서 울릉도를 바라본다고 할 때, 직선상 눈으로 볼 수 있는 수평선까지의 거리는 약 20㎞이다. 그 너머 물체는 수평선 아래로 잠기게 된다.

울릉도 성인봉 정상(984m) 높이를 감안하면 수평선과 울릉도까지 거리는 110㎞이다. 이를 계산하면 성인봉 정상은 수평선 바로 아래에 위치하게 돼 눈으로 볼 수가 없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많은 사람이 죽변에서 울릉도를 맨눈으로 보거나 고배율 카메라로 촬영한 사례가 존재한다.

이런 일이 일어난 원인은 대기굴절, 즉 지구 수평선 곡면을 따라 빛이 휘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바로 신기루다.

새벽에는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기온이 상승하는 ‘기온 역전층’이 형성되는 일이 많다. 이때 바다 표면 근처에는 차가운 공기가, 수십~수백m 상공에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가 자리 잡는다.

빛의 속도는 차가운 공기층에서 더운 공기층보다 느려진다. 이 때문에 빛은 아래쪽으로 굴절된다. 이것이 과학자들이 말하는 신기루, 그중에서도 물체가 실제 위치보다 위쪽에서 보이는 ‘위 신기루’ 현상을 만든다. 수평선 아래로 내려간 대형 선박이 위 신기루로 인해 수평선 위로 떠올라서 촬영되는 경우도 해외에서 많이 보고됐다.

최근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에서도 죽변에서 동틀 무렵 고해상도 카메라로 울릉도를 촬영한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현재 이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수행 중이며 조만간 국제학술대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죽변에서 독도를 보는 것도 가능할까. 계산해 보니 해발 1000m에 이르는 울진의 통고산에 올라간다고 해도 독도는 수평선 아래로 내려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대기 굴절이 생기면 상황이 달라졌다. 통고산 정상에서는 독도의 절반 정도가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지금까지 한국 육지에서 독도를 직접 보거나 촬영한 사례는 전혀 없다. 독도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울진에서 독도를 대기굴절 현상으로 인해 실제로 촬영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는 매우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앞으로 대기굴절 효과를 검증해 내는 사진 촬영가들이 꼭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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