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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방 중계, 리액션 콘텐츠 인기] 
① 비대면 세대에 '안방극장' 역할
② OTT 구독, 정주행 부담 줄여줘
③ 리뷰 문화 익숙한 Z세대 문화
19만 유튜버 '찰스엔터'는 '환승연애3' 리액션 콘텐츠로 최근 구독자 수만 명이 급증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찰스엔터' 유튜브 캡처


'리액션 콘텐츠' 전성기다. 리액션 콘텐츠는 기존 TV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등을 중계하듯 해설하고 평가하는 영상물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로 온라인상에서 의견을 주고받는 비대면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방송 시청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애청자들은 "리액션 콘텐츠까지 보지 않으면 본방송을 제대로 소화한 것 같지 않다"는 반응이다.

'환승연애' 출연자와 함께 울고 웃는다

47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은 최근 '환승연애3', '연애남매' 등 다양한 프로그램 리액션 콘텐츠와 요약 특강을 선보이고 있다. '하말넘많' 유튜브 캡처


시작은 K팝이었다. 2010년대 중반 해외 유튜버들이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국내 아이돌그룹 뮤직비디오를 보고 즐거워하는 반응을 찍은 콘텐츠가 유행했다. 이에 국내에선 역으로 '외국인도 감탄하는 K팝' 등의 콘텐츠가 이른바 '국뽕'(맹목적 애국심)을 자극하며 시장을 키웠다.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 JTBC '연애남매' 등 일반인이 출연하는 연애 예능 프로그램 인기도 리액션 콘텐츠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 유튜버들은 해당 프로그램 출연진의 감정이나 태도 등을 두고 마치 자기 일인 양 과몰입해 반응한다. 예컨대 출연자가 이별의 여파로 슬퍼하면 함께 운다. 출연자 간 심리를 분석하겠다며 칠판에 관계도를 그려가며 번외 특강을 진행하기도 한다. 해당 콘텐츠를 보며 시청자들은 실시간으로 공감하거나 재미를 느낀다. 유명 리액션 전문 유튜버들은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리액션 콘텐츠는 그 자체로 '차린 게 많은 콘텐츠'는 아니다. 유튜버들이 본방을 넘어선 새로운 내용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저작권 문제로 인해 본방 화면 일부만 캡처하거나 아예 생략하는 바람에 편집도 비교적 간단하다. 사실상 유튜버의 입담과 즉각적인 반응이 전부다.

혼자 방송 보고, 유튜버와 공감하는 Z세대

'환승연애2' 출연자인 규민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같은 시즌 출연자였던 원빈과 함께 '환승연애3' 리액션 콘텐츠를 꾸준히 찍어 올리고 있다. '규민' 유튜브 채널 캡처


왜 사람들은 리액션 콘텐츠에 열광할까. 리액션 콘텐츠는 비대면이 일상화된 젊은 세대에 '안방극장' 역할을 해낸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TV 앞에 가족 단위로 모이던 풍경이 사라지고 시청 단위가 1인이 된 요즘, 리액션 콘텐츠는 마치 프로그램을 함께 보고 공감대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연애 프로그램과 리액션 콘텐츠가 함께 유행하는 건 연애를 포함한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요즘 세대의 연애·소통 욕구를 동시에 충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본방을 간추려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평소 리액션 콘텐츠를 즐겨 보는 A(28)씨는 "지인들과의 자리마다 '환승연애3' 얘기가 나오는데 전 회차를 다 챙겨 보기 부담스럽다"며 "몇 회차를 20분 내외로 요약해주는 콘텐츠만 봐도 다 본 듯한 효과가 있다"고 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프로그램을 챙겨 보더라도 혼자선 여러 지점을 놓치기 쉽다"며 "리액션 콘텐츠는 화제가 되는 지점만을 선택·집중해 즐길 수 있게 도와 효율적"이라고 부연했다.

SNS 소통을 중시하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특징도 반영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주로 평론가들의 영역이었던 과거 문화콘텐츠 리뷰는 비평적이고 전문적인 성격이 강했다"며 "최근 들어 전문성이 떨어지더라도 공감대 형성을 더 중요시하는 세대가 등장하면서 리액션 콘텐츠를 흥행시켰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비자들이 더 자극적인 내용을 추구한 결과라는 우려도 나왔다. 황 평론가는 "대중들이 패널들이 방송에서 하는 반응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라며 "출연자를 대상으로 더 자극적으로 말하는 발화자를 원해 리액션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액션 콘텐츠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정 평론가는 "특정 예능 방송들이 팬덤 문화를 형성하면서 리액션 콘텐츠도 더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김 평론가는 "단순히 웃긴 반응 이상의 깊이 있는 설명이나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하면 생명이 길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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