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나온 가운데, 러시아 당국이 테러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연계됐음을 강력하게 시사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테러를 우크라이나로 떠넘긴다며 러시아를 비난했다.

무장 괴한들이 침입해 무차별 총격을 가한 테러가 발생한 러시아 모스크바의 공연장. /로이터

23일(현지 시각) 러시아 당국은 전날 모스크바 외곽의 공연장에서 발생한 테러의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했다고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용의자들이 범행 후 차를 타고 도주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려 했다”면서 “이들은 우크라이나 측과 (테러 관련으로) 접촉했다”라고 밝혔다. 이날 러시아 당국은 테러의 핵심 용의자 4명이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브랸스크 지역에서 검거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대국민 연설을 통해 “그들은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이번 테러가 우크라이나와 관련돼 있음을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다른 러시아 관계자들도 잇달아 우크라이나를 언급했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텔레그램에서 “테러 공격 조사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흔적이 더욱 명백해지고 있다”며 “잔혹한 키이우 정권이 테러리스트를 고용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라고 했다.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도 “(용의자들이) 우크라이나 국경까지 불과 100㎞ 정도만 남겨놓고 있었다”며 “이번 사건이 형제가 아닌 사람들(우크라이나인들)에 의해 계획된 것”이라고 했다.

이런 러시아 측의 주장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을 ‘쓰레기’라고 칭하며 러시아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텔레그램에 성명을 내고 “어제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일로 푸틴을 포함한 쓰레기들이 모두 다른 사람을 비난하려고만 한다”면서 “그들은 늘 같은 수법을 쓴다”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들은 우크라이나 도시를 불태우면서 우크라이나를 비난하고, 우리 국민을 고문하고 성폭행하면서 우리를 비난하려고 한다”면서 “이 무가치한 푸틴은 하루 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이번 일로 러시아 국민을 상대하는 대신 우크라이나로 떠넘길 방법을 생각해 냈다”라고 말했다.

테러가 발생한 직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이번 테러의 배후가 자신들이라고 주장했지만,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가 이번 테러에 연관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무장 괴한들은 전날 저녁 모스크바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한 공연장에 난입해 자동소총을 무차별 난사하고 건물에 불을 질렀다. 이 테러로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43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비즈

김효선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