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국방장관과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 [자료사진]
어제 열린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해병대 관계자들이 당시 이종섭 전 장관의 지시가 있었던 정황을 잇따라 증언했습니다.
지난해 7월 31일, 해병대 수사단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을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국방부 지시로 갑작스럽게 취소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수사자료는 법무관리관실에서 최종 정리하고 혐의자를 특정하지 마라"는 등의 지시를 받았다고 군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습니다.
이 같은 진술은 지난해 8월 항명 등의 혐의로 군 검찰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영장을 청구하며 작성한 구속영장 청구서에도 그대로 기재됐습니다.
하지만 이종섭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국회에 출석해 "혐의자를 포함시키지 않고 보내야 된다, 그런 얘기는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고, 그 직후 정 전 부사령관은 군 검찰에서 자신의 진술을 한 달 만에 번복한 바 있습니다.
3차 공판 출석하며 해병대 예비역들과 함께 기자회견하는 박정훈 대령과 김정민 변호사 2024.3.21
하지만 어제 서울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해병대 관계자들은 "정종범 전 부사령관이 당시 이종섭 전 장관의 지시를 전달한 게 맞다"고 공통적으로 증언했습니다.
당시 이첩보류 지시가 내려진 후 해병대사령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던 김화동 해병대 사령관 비서실장은 "장관으로부터 이첩보류 지시를 받았다"며, "장관이 보류하라고 지시했는데 수사단장은 이첩하라고 주장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이윤세 해병대 정훈공보실장 역시 7월 31일 오후 회의에 정종범 전 부사령관이 참석해 이종섭 전 장관의 지시를 명확히 전달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같은 진술들은 이종섭 전 장관이 이첩 보류를 지시한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어, 향후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