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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없는 차량 수십여 대가 방치돼 있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진이 가본 곳은 사실상 '폐차장'이었습니다.

직접 세어 보니 차량 90여 대가 있었는데, 이 중 절반은 엔진이 빠져있거나 차체가 뜯겨나가 있었습니다. 번호판이 없는 차량도 절반가량 됐습니다.

관리하는 사람도 없이 덩그러니 방치된 폐차 수준의 차량들은 누가, 왜 이렇게 갖다 놨을까요?

차체 앞 부분이 그대로 뜯겨나간 차량

우선 인근을 수소문해봤습니다.

주민들은 폐차 수준의 차량들이 이곳으로 견인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봤다면서도,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한다고들 했습니다.

"한 1년 됐을까요? (...) 차를 주말에 특히 많이 옮겨요. 신고하지 말라고 그러는 건지… 저희 도로 쪽까지 넘어오기도 해서 한마디 했어요."
- 인근 호텔 관계자

"차들이 한 대씩 올 때도 있고요. 어떨 때는 또 되게 많이 올 때도 있었고, 줄 서서 막 그렇게 하더라고요."
- 인근 식당 관계자

■ "내 차가 왜 거기에?"…'중고차 대출 사기' 정황?

올 초 국민신문고를 통해 방치된 차량에 대한 민원이 접수돼 지자체도 조사에 나섰습니다.

차량 번호를 조회해 보니 모든 차량이 기록상 '실제 폐차되지 않은, 즉 개인 명의로 운행은 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 차량들이 사기 범행에 활용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차주분과 연락을 해 보면 '내 차가 왜 거기 있었어요?'라는 말씀을 하시기도 하고요. 주소지 관할 경찰서에 사기 건으로 고소를 진행하신 분들도 꽤 되시더라고요."
- 오산시청 관계자

실제로 지자체 통보를 받고 이곳에서 2년 만에 차량을 찾은 40대 남성 A 씨는 '중고차 대출 사기 피해자'였습니다.

'경미한 사고 차량'이라는 지인의 말을 믿고 덜컥 명의를 내준 뒤 중고차 계약을 진행하도록 했는데, 알고 보니 폐차하고도 남을 차량의 각종 기록을 위조해 대출을 일으킨 겁니다.

이후 잠적해버린 지인과 그 일당 탓에 A 씨는 차량 실물도 보지 못한 채 대출 이자만 갚아야 했습니다.

또 자동차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정기 검사도 받을 수 없어서 '차량 소유주 의무사항 미이행'으로 온갖 과태료까지 떠안게 됐습니다.

경기도 오산에서 발견된 A 씨 명의 차량

A 씨 차량에 대해 위조된 차량 성능점검표

겨우 찾은 차량을 발견해도 문제는 끝나지 않습니다. 대출금이 남아 있어 폐차 처리도 안 되고, 당장 견인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A 씨는 위조 서류들을 제대로 걸러내지 않는 금융사에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제가 그 차를 찾으려고 무진장 노력을 했어요. 속이 답답하고 미칠 지경인데 방법이 없으니까 그냥 포기하고 있었어요.

말소 신청을 하려고 했는데 근저당이 남아 있으니까 말소 신청도 안 되더라고요. 금융사 측에서는 제대로 서류를 검토해 보지도 않고, 구매자하고 통화해서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서류만 보고 사인하고…."
- 중고차 대출 사기 피해자 A 씨

■"임차인 사기 의심돼 수사 의뢰…강제 처리 절차도 가능"

이러한 사기 피해가 A 씨만의 사례가 아님을 파악한 지자체도 진상 조사에 나섰는데요.

소유주를 통해 확인해 봤더니, '차고지로 쓰겠다'는 한 임차인에게 1년간 임대를 내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차주들이 지목한 사기 범행 가담자 중에는 이 임차인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자체도 임차인에게 사기 혐의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수사 의뢰한 상태입니다.

남아 있는 차량은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지자체가 강제 처리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각 차주에게 차량을 직접 가져갈 계획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고 있는데요. 관련 공고를 내고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에만 수개월이 걸릴 거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중고차 사기, 여러 보완책이 필요하겠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예방을 위해 소비자들이 구매 전에 차량 실물을 직접 확인하고 대출금도 직접 수령하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반복되는 중고차 대출 사기’…막을 방법 없나?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86567

[연관 기사] 무더기로 방치된 흉물 차량들…대출 사기 차량도 그곳에? [현장K]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17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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