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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수 원장 인터뷰
“환자에게 등 돌렸다는 사실 부끄러워해야”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이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전문의협의회 성명문 발표에 대한 국립중앙의료원 입장표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기에게 부여된 (의사 면허라는) 독점적 권력을 폭력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겁니다. 이번 사태가 지나면 환자에게 등 돌렸다는 사실을 모두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은 18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전공의 집단행동과 의대 교수들의 사직 결의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교수들이 제자들의 사정을 호소하기 이전에 의사로서 의료 현장을 등진 선택이 정당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의사 면허에는 권한도 있고 사회적 의무도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국내 최상위 공공의료기관으로 전국 35개 지방의료원과 6개 적십자병원의 컨트롤타워다. 코로나19 유행 때는 코로나 환자를 적극 수용하는 등 감염병 차단의 방파제 구실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 전공의들마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주 원장은 전문의·교수로 번지는 진료 거부가 “의사로서 선을 넘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의대 증원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더라도 환자 곁을 지키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의사 면허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독점적 권한인 동시에 (환자의 건강에 대한) 책임과 사회적 의무도 있다”며 “환자 건강과 생명을 붙들고 이해관계 관철을 위한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이런 책임을 저버린 행위”라고 짚었다.

의대 교수들의 연이은 사직 결의에 대해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주 원장은 “사회적으로나 의사 사회 안에서 존경받는 교수들은 전공의를 다독여 돌아오게 해야 한다”며 “특히 이들이 소속된 상급종합병원 등에는 거기서 치료받아야만 생명을 유지할 중환자가 있다. 그런 분들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폭력”이라고 꼬집었다.

“2억 연봉에도 필수의료 의사 구하기 어려워진 지 오래”

더불어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 주장을 적극 반박했다. 주 원장은 “사정을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라며 “서울의 병원도 2억원대 연봉에 필수의료 의사를 구하기 어려워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이어 “중앙의료원조차 심뇌혈관·응급의학·영상의학 등에 빈자리가 많다”며 “다른 보완책이 동반돼야겠지만, 의사 공급을 늘려 몸값을 안정화하는 조처 없이 이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정부 정책의 부족함에 대한 보완 필요성도 잊지 않았다. 그는 “공공병원이 지역 내 2차 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확실히 할 수 있도록 이들의 수를 늘리고, 진료과마다 두명 이상의 의사를 확보하게 해 기능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필수의료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국립대병원의 인력·예산 등을 강화해 지역 의료전달체계의 꼭짓점으로 삼는다는 구상을 담았다. 경증·중등증 환자는 각각 동네 의원·병원이, 가장 중증도 높은 환자는 국립대병원이 맡는 식이다.

하지만 지역 의료의 ‘허리’ 역할인 지방의료원 등의 강화 방안은 빠졌다. 지역 공공의료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의료단체 쪽에서 오랫동안 나왔는데, 별 방안은 없었던 셈이다.

주 원장은 “국내 의료기관의 95%가 민간 병·의원인 상황에서 이들에만 1·2차 의료를 맡겨선 의료기관들이 환자를 선점하려고 경쟁하는 환경을 바꾸기 어렵다”며 “의료전달체계에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접고 정부와의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의료 숙제들에 대한 해법을 상당히 포괄적으로 제시한 수준”이라며 “잘 정돈된 정책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전문가의 역량을 발휘하는 게 의사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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