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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접촉 차단, 학생과 합의 종용 취지 메시지 
살해 협박 학생 '누명'이라 표현, 2차 가해 지적
피해 교사 "두려워", 변호사 "학교 정상화 위해"
방검복을 입고 출근한 교사. 전북교사노조 제공


지난달 전북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살해 협박을 견디다 못한 교사 A씨가 ‘방검복’을 입고 출근하는 일이 발생했다. 노조 폭로로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전북교육청은 피해 교사를 돕겠다며 교권 전담 변호사 B씨를 배정했다. 그런데 피해 교사를 보호하고 법률 상담을 진행해야 할 B변호사가 A씨와 언론의 접촉을 막고, 살해 협박을 한 학생과는 합의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수차례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교사에 대한 2차 가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18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B변호사의 메시지는 전북교사노동조합이 지난달 16일 A씨의 방검복 착용 실태를 언론에 알리고 1주일이 지난 시점부터였다.

B변호사는 지난달 24일 새벽 6시쯤 A씨에게 “언론 노출을 삼가라” “언론은 우리에게 불리하다. 말을 많이 하면 트집 잡힐 거리가 많다”고 보냈다. “걸려 올 소송에 대비하시라”는 등 A씨 입장에서 압박으로 느낄 만한 글도 있었다. 또 “상대편 변호사님이 제 학교 선배”라며 살해 협박을 한 의혹을 받는 학생 측 변호인과 친분을 암시하는 내용도 담겼다. 실제 두 변호사는 고교 선후배로 확인됐다.

다음 날인 25일 새벽에도 B변호사는 “(학생과 합의를 하면) 학생은 누명을 벗을 것, 선생님은 명예를 회복할 것, 학교는 정상화될 것”이라고 했다. “여기는 진실과 정의로 포장된 자신의 이익을 좇다가는 자기 몸에 불붙는 불나방이 된 줄도 모르고 타 죽을 곳”이라고도 덧붙였다. 살해 협박을 한 학생을 누명을 썼다고 표현하고, 피해 교사의 상황을 이익을 좇다 불에 타 죽는 불나방에 비유한 것이다.


교권 담당 변호사가 살해 협박을 한 피해 교사에게 보낸 메시지. 그래픽=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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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뒤인 26일 진행된 A씨와 해당 학교 측 비공개 모임에서도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 모임은 살해 협박을 받던 A씨가 학교 측에 수차례 보호 요구를 했지만 묵살당한 것에 대해 해당 학교 관계자와 직접 만나 서로 오해를 풀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날 “가해 학생을 용서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이 나와 A씨는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이 있을 경우에만 용서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배석했던 B변호사가 갑자기 소리를 지른 뒤 문 밖으로 나가 벽을 강하게 내리쳤다고 한다. 두려움을 느낀 A씨는 이후 B변호사 연락을 피했다. 그러나 B변호사는 다음 날인 26일 오후 1시 재차 “거기서 빠져나와라”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전북교사노조 관계자는 “교사를 보호해야 할 교권 변호사가 왜 계속 학생과 화해를 종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 도교육청은 △교육활동 보호 관련 법률상담 및 현장 지원 △사안 조사 및 소송 △관할청의 고발 △교육활동 보호 법률지원단 구성 등 피해 교사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교권 보호 전담 변호사의 역할로 규정하고 있다.

나흘 내내 이런 메시지를 받았을 때 심정을 묻자 A씨는 괴로운 듯 극구 말을 아끼다 “새벽마다(메시지가 올 때마다) 무기력함과 두려움에 마음이 무너졌고, 거대한 유착 관계 한가운데 있는 건 아닌가 싶어 고립감을 느꼈다”고 어렵게 답했다. 이에 대해 B변호사는 “학생은 혐의를 벗고, 교사는 명예를 회복하고, 학교는 정상화시키기 위한 취지로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도교육청도 “상대 변호사와 선후배 관계이고 사안을 잘 알아 교사를 보호하고자 선의의 의도였던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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