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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도박 홀덤펍 검거 현장.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인천 서부경찰서 제공.

20대 A씨는 고등학생이던 2020년부터 홀짝 맞추기, 사다리 타기 등 인터넷 도박에 중독됐다. 군대에 가서도 “가상화폐에 투자한다”며 아버지에게 총 17억원을 빌렸다. 아버지는 아들의 도박중독 사실을 알게 되자 집 주소를 바꾸고 아들 번호를 차단했다. A씨는 아버지 계좌로 소액을 송금하면서 끊임없이 메시지를 남기는 등 총 1500차례에 걸쳐 연락을 시도했다. 수원지검은 지난 15일 A씨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인터넷 도박에 중독돼 부모를 스토킹하며 끊임없이 돈을 요구하는 자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의 부모가 자녀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할 경우 폭행 등 신체적 위험에도 노출돼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우려한다. 아울러 청년세대의 도박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합뉴스.

30대 남성 B씨는 7년 전부터 인터넷 도박에 빠져 아버지에게 지속적으로 생활비를 요구했다. B씨는 지난 2021년 아버지가 연락을 피하고 돈을 주지 않자 울산 중구의 부친 자택을 찾아갔다. 그는 주차장에 세워진 아버지의 승용차 전면 유리창을 내리찍어 깨뜨렸다. 이후 약 16회에 걸쳐 위험 물품을 휴대한 채 아버지를 스토킹했다.

고령의 외조모를 스토킹하고 협박한 사례도 있다. 9년 전부터 인터넷 도박에 빠진 C씨는 가족들에게 금전을 요구했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폭력적인 행동을 했다. C씨는 부모가 그와 연락을 끊고 잠적하자 외조모를 스토킹했다. 그는 2022년 외조모가 자신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파트 경비실에서 빌린 도구로 외조모 자택의 문손잡이를 떼어내기도 했다.

부모를 상대로 한 스토킹 피해는 예방하기 어렵다. 자식의 스토킹은 범행 초반부터 엄격하게 다루기가 쉽지 않고, 고령의 부모는 신체적 대응력도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18일 “도박은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아 ‘피해자 없는 범죄’로 불렸는데 이제는 부모가 그 피해자가 되고 있다”며 “가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채워 피해자에게 가까이 가면 알림이 울리도록 해 원천적으로 가해자의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DB.

나이와 상관없이 부모에게 경제적‧정신적으로 의지하는 이른바 ‘캥거루족’의 도박중독은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도박중독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도박중독으로 치료받은 환자 수는 30대가 866명으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791명으로 뒤를 이었다. 10대도 82명이나 됐다. 환자 수 증가율은 더욱 두드러진다. 20대 환자 수는 2018~2022년 사이 106.5% 늘었고, 30대도 99.5%나 증가했다. 치료까지 가지 않은 도박중독 사례는 훨씬 더 많다.

청년 세대의 도박중독과 부모 스토킹 문제를 사회가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지우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는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취약해진 상황에서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부모 스토킹’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며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부모가 자녀의 취업, 결혼, 독립 등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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