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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료계, ‘의대증원’ 평행선
대화 얘기하던 교수들 “제자 보호”
증원규모 변화 조건 걸며 25일 사직
1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관계자가 교수연구동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달이 다 돼간다. 상급종합병원 수술률이 평소 절반에 그치는 등 환자 피해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의사 간 대화는 사라지고 갈등만 고조되고 있다. 의료 공백이 길어져 환자 피해가 더 불어나기 전에 양쪽이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팽팽한 줄다리기만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은 1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위협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전공의는 환자 곁으로 하루빨리 돌아와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가 15일 “전공의가 불이익을 받으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낸 데 대한 비판이다.

주 원장을 비롯해 의료계 일부에서 ‘전공의 복귀’ 목소리가 나오지만 여전히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대화’를 얘기하던 의대 교수들도 ‘제자 보호’가 먼저였다. 방재승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16개 대학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또 정부를 향해 “(증원 목표인) 2천명이라는 수치를 풀지 않으면 협의 자체가 되지 않는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주 원장은 “의사 중에서도 가장 정점에 있는 의대 교수님들이 이렇게 얘기하시는 건 절망스러운 상황”이라며 “모든 국민이 (의료계를) 쳐다보는 현 상황에서 대단히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대표 조직 없이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전의협)는 지난달 19일 집단 사직서 제출에 앞서 집행부가 사퇴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뒤, 정부는 물론 각 수련병원장과의 대화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날도 의대 정원을 2천명 증원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와이티엔(YTN) 뉴스에 출연해 “교수들이 ‘제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것은 법치에 대한 도전적인 발언”이라며 “(교수들이) 정부한테만 2천명 증원을 풀라고(줄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전공의들이 즉시 복귀해서 환자 생명이 위태로워진 상황을 먼저 풀어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는 “큰 병원들이 하루에 10억~20억원의 적자가 난다고 한다. 이에 대한 민사소송 등까지 생각하면 (전공의들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경고도 잊지 않았다.

한달 가까이 진행된 의-정 갈등이 양쪽 입장만 강조한 채 갈등만 고조되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의대 증원에 반대해 진료를 거부한 2020년에 견줘도 더욱 난맥상이란 평가다. 당시엔 대한의사협회(의협)·전의협 등 의사 단체가 있어, 정부와 정치권이 이들과 협상을 벌일 수 있었다. 현재는 의료계에선 마땅한 주체가 없고, 정부도 ‘협의체 구성’을 요구한 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 역시 4·10 총선을 앞두고 갈등 해결을 위한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일단 테이블에”

갈등이 길어지면서 환자 피해는 쌓여가고 있다. 더욱이 전공의·전임의에 이어 교수까지 이탈하면 ‘의료 대란’마저 우려된다. 외래 진료와 수술 집도를 맡는 교수 없이는 응급·중증 환자 진료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비상진료체계가 안정적’이라지만, 지금도 응급이 아닌 암 수술 등은 대거 미뤄지고 있다. (전공의 이탈로) 업무가 쏠린 교수들의 ‘번아웃’ 조짐도 심각하다”며 “교수 사직이 진행되면 의료 대란이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일단 테이블에 앉아 대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문이 의료계 안팎에서 커진다. 정부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일어난 갈등을 조정할 책임을 지고, 전공의도 의료 현장에 복귀한 뒤 정책 비판에 나서고, 교수는 이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희철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부원장도 “의료는 정부와 의사만이 아닌 환자 건강이 결부된 문제다. 양쪽 대치가 한달을 넘어서며 환자 피해 우려가 커지는 만큼, 갈등을 풀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은 “진료 거부가 지속돼선 전공의들이 주장을 관철하더라도 환자 피해에 대한 법적 책임 등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며 “선배 의사인 교수들은 (집단행동 동참보다)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 단체는 더욱 다급한 처지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서로 등 돌리고 자기주장만 외치는 형국”이라며 “환자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조건 없이 일단 협상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도 변화

시민들이 의-정 갈등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고 있다. 여론조사 업체 한국갤럽이 15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의사 정원 확대 관련 정부 대응을 묻는 말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49%로 ‘잘 대응하고 있다’(38%)보다 11%포인트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36%)에서도 지지 이유 1순위였던 ‘의대 정원 확대’ 비중이 전주보다 낮아졌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환자에게 피해가 생기면서 시민들도 피로감을 나타내고 있다”며 “강 대 강 대치는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방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의료계뿐 아니라 시민을 대변하는 주체가 참여하는 논의의 장을 만들어 의하는 것이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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