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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본점. 사진은 2010년 9월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열린던 때의 모습.

신한은행 사태에서 시작해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축하금 의혹까지 불거진 이른바 ‘남산 3억원 사건’과 관련한 재판이 또다시 열리게 됐다.

지난달 29일 대법원은 위증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에 대해 재판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남산 3억원 사건’은 2008년 2월 신한은행 직원들이 이 전 대통령 측 신원미상의 관계자에게 당선축하금 3억원을 배달했다는 의혹이다. 2010년 9월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라응찬)과 신한은행장(이백순)이 신한금융지주 사장(신상훈)을 별건의 횡령 혐의로 고소한 뒤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오히려 뇌물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하지만 ‘남산 3억원’의 진위는 밝혀지지 않은 채 라 전 회장은 무혐의 처분됐고,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은 자금 조성과 관련한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17년 3월 대법원에서 각각 벌금 2000만원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이후 2018년 11월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권고로 ‘남산 3억원’에 관한 재수사가 이어졌다. 검찰은 2019년 6월 재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백순 당시 행장의 지시로 남산 주차장에서 3억원을 누군가에게 준 것은 확인했으나 그게 누군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의혹의 가장 큰 핵심은 미스터리로 남은 것이다. 대신 재수사에서 이 전 행장과 신 전 사장이 과거 재판에서 “3억원의 전달 경위나 보고 사실 등에 대해 허위 증언을 한 게 드러났다”며 이들을 위증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왼쪽 첫번째)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오른쪽 첫번째). 사진은 2010년 9월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당시 모습.

사건의 쟁점은 횡령 재판에서 두 사람이 했던 증언으로 옮겨갔다. 이 전 행장과 신 전 사장은 2010년 횡령죄의 공범으로 기소됐다.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아 재판받던 이들은 2012년 11월 어느 날에는 증인석에 번갈아 앉았다. ‘서로에 대한 증인’으로 나온 것이다. 이때 증인석에서 한 말이 거짓말이라면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는가가 논란이 됐다. 현행법상 피고인이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해 법정에서 거짓말을 하더라도 방어권 보장을 위해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

1심 서울중앙지법 최창훈 판사는 애초에 두 사람은 병합된 사건의 재판에 증인으로 설 수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최 판사는 “피고인 OOO에 대한 변론을 분리한다”는 재판장의 말 한마디로 잠깐 공동피고인인 상대방의 증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재판 관행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했다. 증인신문이 끝나면 다시 판사가 “변론을 병합한다” 말하면 증인에서 피고인으로 돌아오는 것인데 이는 너무 “어색하고 기교적”이지 않냐는 것이다.

같은 법원 형사항소1-2부(부장 김수경·김형작·임재훈)도 무죄 결론을 바꾸지 않았다. 다만 최 판사처럼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고, 증인이 될 수는 있지만 자신의 범죄사실 관련 질문을 받는다면 그때는 피고인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 봤다. 검찰이 이 전 행장과 신 전 사장이 증인석에서 거짓말했다고 문제 삼은 말들은 본인의 혐의와도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전경, 뉴스1

하지만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런 판단을 깨며, 공범인 공동피고인이라도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형식적이라 해도 재판장이 피고인을 절차상 분리했다면 그는 피고인의 지위에서 벗어나 증인이 된 것이고, 증인으로서 선서하고 증언거부권이 있다고 안내받았음에도 거짓 증언을 했다면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단 것이다.

다만 이날 대법원 판단이 두 사람이 유죄라는 결론까지 정해준 것은 아니다. 신 전 사장이나 이 전 행장이 한 말이 거짓 증언이었는지 따져보지도 않고 무죄를 준 건 잘못이니, 다시 살펴보고 거짓 증언이 맞는다면 위증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다. 두 사람의 재판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다시 열리게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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