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사건 유족들 “연락 받은 적 없어”
언론단체들 “진정성 없는 네 문장 사과”
언론단체들 “진정성 없는 네 문장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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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전국 90개 시민·언론·노동·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 회칼 테러 사건’ 발언을 한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자신의 ‘회칼 테러 사건’ 발언에 대한 사과문을 내놓은 가운데, ‘군 정보사 오홍근 회칼 테러 사건’의 피해자인 고 오홍근 기자의 유족은 17일 “사퇴 발표가 없는 사과는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문화방송(MBC) 기자회와 방송기자연합회 등도 황 수석의 즉각 사퇴를 재차 요구하고 나섰다.
고 오홍근 기자의 친동생인 오형근씨는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 사람이 사과 입장문을 냈다는데, 유족 중 누구도 직접 연락을 받은 일이 없다”며 “고인을 두번 죽여놓고 이제와서 미안하다고 하는 격인데, 이런 사과는 조금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이 내뱉은 발언에 대해 사과할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황 수석은) 지금 당장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며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우리 유족들이라도 대통령실 앞을 직접 찾아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황 수석 해임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황 수석은 지난 14일 일부 출입기자와 한 점심식사 자리에서 문화방송 기자를 향해 “엠비시는 잘 들어”라며 “내가 (군)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 ‘당시 (기자가)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의 기사를 썼던 게 문제가 됐다는 취지’라는 말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 수석이 언급한 사건은 1988년 월간지에 군사정권 비판 칼럼을 쓰던 오홍근 기자가 군 정보사령부 군인들에게 당한 테러를 가리킨다. 오 기자는 당시 허벅지가 크게 찢기는 중상을 입었다.
‘기자 회칼 테러’ 발언 논란이 번지자 황 수석은 이틀 만인 16일 출입기자 알림방에 “저의 언행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언론인과 군 정보사 테러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에 대한 사과 표현도 있었으나,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은상 문화방송 기자회장은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만에 나온 네 문장짜리 짤막한 사과문은 그야말로 사과했다는 흔적만 남기겠다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황 수석이 고위 공직자로 일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스스로 증명한 사과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 회장은 “지금이라도 황 수석은 모든 언론인과 기자 테러 유족들께 직접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방송기자연합회와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 현업단체도 사퇴 입장이 담기지 않은 황 수석의 사과는 진정성이 없다고 보고, 오는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오홍근 기자의 유족은 20일 유족의 이름으로 황 수석을 고발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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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군 정보사 테러 사건의 피해자인 오홍근 기자(오른쪽)로부터 피해자 진술을 받던 군 수사요원(왼쪽)이 한겨레 취재진의 카메라를 피해 일어서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