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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커머스(C-커머스)의 초저가 공세가 한국뿐 아니라 세계 유통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이런 폭풍 속에서 원조 ‘초저가 맛집’ 다이소가 주목받고 있다. 다이소는 알리의 사업 확장을 예의주시하며 오프라인을 강화해 근본적인 ‘쇼핑의 즐거움’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성장세를 그리고 있어서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저가 생활용품을 주로 파는 다이소가 지난해 3조원 매출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1997년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1호점을 낸 지 26년 만이다. 이 회사는 2022년 매출 2조9457억원, 영업이익 2393억원을 기록했다. 이용자 수도 늘고 있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온라인몰도 성장세다. 온라인 앱·리테일 분석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1월 다이소몰 앱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217만552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6% 늘었다. 알리(113.7%, 336만→718만 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다이소 명동역점이 셀프 계산대에 줄을 서거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이수정 기자.

‘싼 맛’에 알리·테무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은 욕실·청소용품 분야 매출은 1~2월 기준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대신 최근 10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뜨고 있는 화장품 매출은 전년보다 85% 늘었다.

이런 다이소의 성장세는 최근 미국의 ‘1달러 숍’ 달러트리가 실적 부진으로 올 상반기에만 점포 600개를 폐쇄한 것과 대조된다. 달러트리는 수년 안에 매장 1000개(자회사 패밀리달러 포함) 문을 닫을 예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4분기 17억1000만 달러(약 2조30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테무의 상승세가 미국 할인업체 달러제너럴과 달러트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며 “테무가 ‘달러 매장’의 목을 조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다이소는 여전히 오프라인에 주력하고 있는데 한국이 미국과 비교해 땅이 좁다 보니 촘촘한 점포 효과를 보고 있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20년 이상 깨지 않은 균일가 정책도 경기 불황과 맞물려 매출 신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다이소에는 500원·1000원·1500원·2000원·3000원·5000원 등 6개 가격만 존재한다. 이렇다 보니 3만원 이상만 구매해도 VIP에 속한다. 가격 인하 느낌을 주는 900원·1900원짜리 상품도 없다. 다이소 관계자는 “박리다매 체제와 상품기획자(MD) 조직이 세계를 다니며 한 달에도 수백 개씩 아이템을 내며 지켜온 다양성에 장점이 있다”며 “디자인 요소, 포장, 광고 등의 최소화도 균일가를 외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다이소의 주 소비층은 20~40대지만 최근 10대 소비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다이소템’(다이소+아이템)을 공유하며 하나의 트렌드로도 떠올랐다. 이 때문에 다이소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뷰티다. 신규 입점한 ‘브랜드 화장품’ 수가 2021년 4개에서 지난해 19개로 느는 등 꾸준히 제품군을 넓히며 ‘뷰티계 왕좌'인 올리브영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지난해 말 일본 기업 다이소산교가 보유한 지분 34.21%를 매입하며 ‘사실상 일본 기업’ 꼬리표도 뗐다.

현재까지 다이소가 알리의 직접적 영향권에 속하지는 않는 모양새지만, C-커머스가 모든 국내 유통 채널에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이커머스를 대변하는 네 마리 용(알리·테무·쉬인·틱톡)의 한국 침투 속도가 심상치 않다”며 “이것이 또 다른 차이나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온 전자상거래 물품 건수는 8881만5000건으로 전년 대비 70.3% 늘었다. 전체 직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43%에서 지난해 68%로 상승했다. 다이소 관계자는 “물류센터 설립 등 알리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며 “온라인 지출이 느는 추세지만 매장에서 다양한 상품을 직접 보며 재미와 실속을 차리는, 쇼핑의 근본적 목적을 해소해주는 정공법을 밀고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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