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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 13일 서울시내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정부가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을 막고자 대형병원에 공중보건의와 군의관을 투입한 지 5일째지만 현장에서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17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전국 20개 대형병원에 공중보건의 138명과 군의관 20명을 투입했다. 정부의 운영지침은 ‘주 최대 80시간 근무, 연속 야간 근로 금지’만 명시하고 세부 지침은 개별 병원에서 결정하도록 했다.

공보의들 사이에선 “제대로 된 교육과 지침도 없이 현장에 투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파견한 공보의 138명 중 전문의는 46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92명은 수련병원 경험이 없는 일반의다. 이성환 대한공보의협의회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월, 화 이틀 교육 받고 일을 들어갔다”며 “교육도 행정적인 부분 위주로, 술기에 대한 교육은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의는 전공의 1년 차 업무도 불가능하고 인턴 수준 업무 중에서도 극히 제한적인 업무만 진행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이날 “지난주에 파견받은 군의관·공보의 8명 중 전문의는 3명이다. (전문의라도) 수련받았던 병원과 저희 병원 체계에 차이가 있을 경우 적응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일주일가량 적응 기간을 거쳤다”고 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 등이 집단행동에 나서며 의료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는 17일 대구 한 대학병원 전공의 숙소에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의 가운이 남겨져 있다. 연합뉴스


교육기간이 짧은 것 뿐 아니라 애초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파견이란 지적도 나왔다. 서울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우리 병원엔 (공보의가) 10명 왔는데 그 중 전문의를 딴 사람은 2명 뿐”이라며 “당연히 없는 것보단 도움이 되겠지만, 애초부터 별 기대도 안 했고 실제로도 그런 수준”이라고 밝혔다. 권미경 한국노총 의료노련 연세 세브란스 지부장은 “인수인계 받고 적응하는 데만 최소 몇 개월이 걸리는데 갑작스럽게 들어와도 무슨 도움이 되겠나”라고 말했다.

간호사와 의대 교수 등 남은 의료진의 업무가 가중도 여전하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는 7년 차 간호사 A씨는 “의사들이 없으니 공보의라도 오는 게 낫지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환자 동의서 작성 등 전공의 파업으로 간호사들에게 넘어오던 업무는 여전하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4년 차 간호사 B씨는 “파견 온 공보의들은 병원 시스템 자체가 처음인 분들이 많아 교수님들이 인턴 교육하듯이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는 상황”이라면서 “업무에 직접적인 도움을 받기는 어렵고, 옆에서 간호사들이 알려주면서 같이 처방 내는 방식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전공의 파업으로) 나간 사람이 1만명인데 200명 들어온다고 업무 부담이 해결되겠나”라면서 “어디에서 뭐가 부족한지 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파견을 보내 현장에 도움도 안 되고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공과 다른 파트에서 배정받는 일도 많다”면서 “전공도, 수련 수준도 다 달라 애초에 일괄적인 지침을 마련할 수도 없는 대책”이라 지적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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