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임금 수준이 일본을 넘어섰다. 국내 대기업의 가파른 임금 인상에 따른 결과다. 우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일본보다 월등히 컸다. 노동시장 이중 구조가 심화하면서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2002년과 2022년 한국과 일본에서 10인 이상 기업에 종사하는 상용근로자 월 임금총액을 분석한 결과, 2002년 우리나라는 179만8000원으로 일본(385만4000원)의 절반에 못 미쳤다. 하지만 20년 뒤인 2022년에는 399만8000원으로 일본(379만1000원)을 추월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모두 일본보다 많았다. 한국 대기업 임금은 2002년 228만4000원에서 2022년 588만4000원으로 올랐다. 이 기간 임금 인상률이 157.6%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일본 대기업의 임금은 483만6000원에서 443만4000원으로 오히려 6.8% 감소했다.
일본 중소기업 임금은 2002년 310만6000원에서 326만9000원으로 7.0% 인상에 그쳤으나 우리 중소기업 임금은 160만8000원에서 339만9000원으로 111.4%의 높은 인상률을 보였다.
이로 인해 지난 20년 사이 한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일본보다 더 커졌다. 2022년 대기업 임금을 100으로 할 때 중소기업 임금 수준은 우리가 57.7로, 일본(73.7)에 비해 낮았다. 2002년에는 일본이 64.2로, 한국(70.4)보다 낮았다. 그 사이 대기업 대비 한국 중소기업 임금 수준은 12.7% 포인트 낮아진 반면 일본은 9.5% 포인트 높아졌다.
한·일 간 실근로시간과 경제 성장 변화까지 고려하면 양국 임금 인상률 차이는 더 컸다. 한국은 월 근로시간이 20년 사이 13.8% 감소(초과근로시간 제외)하는 동안 월 임금총액(초과급여 제외)은 122.3% 늘었다. 시간당 임금도 2002년 9954원에서 2022년 2만5661원으로 157.8% 올랐다. 반면 일본에선 같은 기간 근로시간과 임금에 거의 변동이 없었다. 오히려 일본 대기업의 경우 시간당 임금이 9.7% 감소했다.
한·일 경제 성장률과 기업 규모별 임금 인상 폭을 비교했더니, 한국 대기업 임금 인상률은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 상승률보다 높았다. 2002~2022년 한국 대기업 시간당 임금 인상률은 183.1%로, 1인당 명목 GDP 증가율(154.2%)을 웃돌았다. 이 기간 일본에서는 1인당 명목 GDP는 8.8% 늘었지만 대기업 시간당 임금은 9.7% 줄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대기업 중심의 투쟁적 노동 운동과 연공형 임금 체계 등이 격차 확대를 이끌었다”며 “고임금 대기업일수록 임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청년 일자리 확대와 중소 협력사의 경영 여건 개선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