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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최대 50만원까지 ‘합법적으로’ 줄 수 있게 허용된 첫 날인 지난 14일 오후 서울 한 휴대전화 판매점 모습. 연합뉴스

이동통신 3사가 16일 ‘전환지원금 레이스(경쟁)’를 시작했다. 지난 14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전환지원금 지급을 허용하는 고시를 시행했으나, 이동통신사들은 “전산 개발, 스마트폰 기종·요금제별 지원금 설계, 스마트폰 제조사와 재원 분담 협상, 유통점 교육 같은 준비 작업 때문에 당장은 지급을 시작하기 어렵다”고 손사래를 쳤는데, 이틀 만에 백기를 든 꼴이다. 한 이동통신사 임원은 이 날에도 “당장은 수기로 장부를 작성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통3사, 전환지원금 레이스 대열로

전환지원금이란 경쟁업체 이동통신 가입자를 번호이동을 통해 빼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위약금·유심 구입비 등)을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단말기 교체를 목적으로 번호이동을 통해 사업자를 바꾸려는 가입자 쪽에서 보면, 그만큼 단말기 지원금(보조금)을 더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단말기 유통법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뒤 국회 통과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시행령과 고시를 개·제정해, 기존 공시지원금(이하 유통점이 공시지원금의 최대 15%까지 줄 수 있는 추가지원금 포함)과 선택약정할인 제도 등은 그대로 운용되게 놔두면서 번호이동을 통해 사업자를 바꾸는 경우에 한해 공시지원금과 별도로 전환지원금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이동통신 3사 전환지원금 레이스는 요금제 종류와 단말기 기종에 따라 3만~13만원에서부터 시작했다. 이날 첫 공시된 이동통신 사업자별 전환지원금을 보면, 케이티(KT)가 가장 높다. 단말기 10종에 요금제에 따라 5만~13만원을 내걸었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은 단말기 7종에 5만∼12만원, 엘지유플러스(LGU+)는 단말기 4종에 3만∼10만원을 태웠다. 애초 업계에선 3위 사업자 엘지유플러스가 ‘선빵’을 날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2위 케이티가 가장 높은 금액을 내걸었고, 1위 에스케이텔레콤이 뒤를 이었다. 이동통신 3사는 전환지원금 레이스와 별개로 일부 기종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소폭 상향 조정했다.

이동통신사들은 이날 공시한 전환지원금에 대해 “사업자별로 기대 수익과 단말기 제조업체와의 재원 분담 협상 결과 등을 반영해 책정했다”며 “첫날 공시 결과는 레이스가 시작됐다는 신호일 뿐, 순위와 금액은 별 의미가 없다. 가장 낮게 공시했던 사업자가 내일 가장 높은 금액을 다시 공시할 수도 있고, 모레는 다른 사업자가 또다시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동통신사들은 단말기 유통법 시행령과 고시 제·개정에 따라 공시지원금과 전환지원금을 매일 조정해 공시할 수 있다.

언제 번호이동을 해야 전환지원금 많이 챙길까

이날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가입자 쪽에서 전환지원금은 또다른 항목의 단말기 지원금(보조금)이다. 번호이동으로 사업자를 바꾸겠다고 신청하는 경우에만 주는 게 다르다. 기존 공시지원금은 현재 가입된 사업자한테서 받는 데 비해, 번호이동 신청자는 옮겨가려는 새 사업자한테서 공시지원금에 더해 전환지원금까지 받는다. 가입자 쪽에서 보면, 단말기를 새 기종으로 바꾸고자 할 때 비교 대상 선택지가 늘어나는 셈이다.

예를 들어, 단말기를 삼성전자 갤럭시S24로 바꾸고자 할 때, 기존에는 갤럭시S24 공시지원금을 선택하는 게 유리한 지, 선택약정할인(월 정액요금의 25% 할인)을 고르는 게 좋은 지를 먼저 견줘보고, 이어 같은 기종에 대한 다른 사업자의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을 비교해보면 됐다. 반면 이제부터는 다른 사업자가 해당 요금제와 단말기에 태운 전환지원금까지 감안해서 어떻게 할 지를 결정하게 됐다. 다른 사업자의 공시지원금과 전환지원금을 합친 금액이 현재 가입 사업자가 제시한 금액보다 높고, 선택약정할인을 선택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면 번호이동 신청을 해 옮겨가면 된다.

한 이동통신사 임원은 “이동통신 3사 통신망 품질은 별 차이가 없다. 번호이동은 대부분 싼 요금제를 찾아가거나 단말기를 새 것으로 교체하기 위한 목적이 많은데, 원하는 단말기 기종과 요금제에 태워진 각 사업자별 공시지원금과 전환지원금을 비교해본 뒤 선택약정할인 혜택과 견줘보다 보면, 좀더 유리한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문제는 각 사업자들이 공시지원금과 전환지원금을 매일 다르게 공시할 수 있게 돼 있어, 이런 작업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가 독과점 상태에 익숙해져 단말기 지원금 경쟁 활성화를 반기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안전장치 마련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통신사 전직 임원은 “통신요금 설계 기본 원칙은 경쟁 사업자와 비교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첫 날부터 특정 단말기 기종 몇가지에만 전환지원금을 태우는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각 사업자가 요금제와 단말기 기종에 따라 제시한 공시지원금+전환지원금 역시 단말기 제조사가 판매 촉진과 재고 소진 등의 목적으로 특정 기종에 특별히 많은 금액을 태우는 경우를 빼고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여기에 할인 쿠폰과 경품 등이 더해지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짚었다.

한마디로, 이동통신사들은 ‘레이스’를 명분으로 단말기 기종과 요금제에 따라 공시지원금과 전환지원금을 다양하고 복잡하게 책정한 뒤 하루가 멀다 하고 조정할 것이고, 이 때문에 언제 번호이동을 해야 ‘공시지원금+전환지원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지는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의 설명도 “단말기 교체는 꼭 필요한 시점에 원하는 기종을 고른 뒤, 그 시점에서 유리한 방법을 찾아 ‘지르는’ 게 상책”이라는 수준을 넘지 않는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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