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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이야기 아드벡 10년
아일라섬 토탄 사용한 증류법
담뱃재·소독약 맛 나는 첫인상
강렬함 뒤 달콤한 풍미 올라와

술을 마시면서 인상에 남을 만큼 강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는지. 나는 그런 경험이 두 번 있다.

첫번째는 고량주를 처음 마셨을 때다. 대학시험을 본 날이 고등학교 졸업식과 겹쳐서 같이 시험을 보러 갔던 학원 형이 졸업을 축하한다며 탕수육과 함께 고량주 한잔을 건넸다. 불을 마시면 이런 맛이었을까. 마시는 순간 술이 지나가는 장기가 어디 있는지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을 정도로 강렬한 느낌이었다. 두번째는 바로 ‘아드벡 10년’이라는 위스키를 처음 마셨을 때다. 16년쯤 전 술을 공부하던 자리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맛을 봤는데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렸다. 다수는 인상을 쓰며 손사래를 쳤고, 소수는 눈을 크게 뜨고 놀라며 환호했다.

그때까지 위스키의 풍미는 곡물·캐러멜·꿀·꽃·과일 등의 ‘먹기 좋은’ 것들로 느껴지는 게 상식적이었다. 그런데 아드벡 10년은 마치 태우던 시가를 소독약에 넣고 저어서 마시면 이런 맛과 향이 나지 않을까 싶은 것이었다. 쉽게 말해 담뱃재와 소독약이 뒤섞인 것 같은 맛이었다. 위스키에서 이런 맛이 나는데 이상하게 싫지 않았다. 오히려 좀 더 맛보고 싶었다. 거친 풍미 뒤에는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숨어있었다. 흥미로웠고 ‘바로 이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환호하는 소수파에 속했다.

아드벡 10년은 스코틀랜드 아일라섬의 아드벡 증류소에서 생산하는 위스키다. 아일라섬은 스코틀랜드의 5대 위스키 생산지(스페이사이드, 로랜드, 하이랜드, 캠벨타운) 중 하나다. 강한 피트향의 풍미를 특징으로 하는 위스키를 생산하는 지역이다. 피트(peat)는 토탄인데, 땅 속에 묻힌 시간이 길지 않아 완전히 탄화되지 못한 석탄을 말한다. 아일라섬에 많이 묻혀 있다. 몰트(맥아·보리에 물을 부어 싹이 트게 한 다음에 말린 것)를 생산할 때 열을 가해 보리의 발아를 멈추는데, 아일라섬에서는 석탄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피트를 사용했다. 이 피트를 태울 때 나오는 향이 몰트에 배어 사라지지 않는데, 그 향이 소독약·훈연(스모키)·요오드 향 등으로 표현되는 독특한 풍미를 만든다. 아일라섬에서는 아드벡·라프로익·보모어·라가불린·부나하벤·쿨일라·브룩라·킬호만·아드나호 증류소가 있고 대부분 강한 피트 풍미를 내세우는 위스키를 생산한다. 아일라섬의 위스키 중에서도 아드벡은 더욱 강한 피트향으로 유명하다.

아드벡 10년은 프랑스의 세계적인 명품기업 루이뷔통 모에 헤네시(LVMH)가 모기업이고, 아드벡의 주력 위스키다. 10년 숙성 기간이 언뜻 짧아 보이지만 피트 풍미는 숙성될수록 약해지기에 피트향을 느끼기에 적절한 시간이다. 그러나 강한 피트 풍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거친 스모키향 뒤에는 부드러운 과일 향과 달달함이 올라온다. 아드벡 10년을 마시고 난 다음 날 술잔에서 나는 초콜릿 향을 맡으며 신기해 했던 적이 있다. 아드벡 10년은 그런 술이다. 강한 충격 때문에 생긴 편애 때문일까. 아드벡 10년은 내가 추천하는 위스키의 우선순위에 올라있다. 이전에는 발품을 팔아야 했지만 이제는 마트에서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10만원 안팎이다.

위스키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게 피트 풍미가 강한 것들이다. 그리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경우가 많다. 곰삭은 홍어처럼 말이다. 첫 만남에 반할 수도 있고, 정반대로 놀라서 뒷걸음치기도 한다. 위스키를 더 다양하게 즐기고 싶다면 언젠가는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글·그림 김성욱 위스키 블로거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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