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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다변화속 관리중요성 커져
지원자가 면접관 평가하는 회사도
인재 확보전, 면접관 역량·이미지↑
엄빠 대상 기업 오리엔테이션 개최
[서울경제]

사방에서 위기는 몰려오고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는데, 일 할 사람은 계속 줄어 간다. 기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이들이 둘러싸인 환경도 이전과는 다른 시대.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지시하고', '평가하며', '선택하는' 것이 일반이던 기존 사측 또는 사내 임원들의 역할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긴급 사죄 회견 정기 교육 받는 총수


"정말 죄송합니다."

중년 남성 두 명이 고개를 숙이자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한 도시 가스 회사에서 LNG 탱크 점검 중 화재가 발생, 회사 임원들이 긴급 기자회견에 나섰다. "가스 감지기는 총 몇 개인가요?" 평소 현장에서는 감지기의 장소가 중요했지만, 기자는 개수를 물어왔고, 임원은 바로 답변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댔다. 큰 폭발사고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질타를 받을만한 장면이지만, 다행히도(?) 이 기자회견은 실제상황이 아닌 '모의 상황'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는 긴급 상황을 상정한 기업 총수·임원 대상의 사죄 기자회견 훈련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 경제단체연합인 게이단렌의 조사보고서를 보면 기업 총수와 임원에 대한 긴급사태 기자회견 트레이닝을 취임 직후 외에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곳은 37.8%나 됐다. 이 같은 현상은 사이버 범죄나 사내 부정 등 리스크가 다양해지면서 위기 관리 차원의 책임자의 설명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모의 사과 기자회견 훈련은 주로 위기 대응 전문 컨설팅 회사가 진행한다. 신문사(기자)와 홍보 회사 출신이 2001년 세운 '에이렉스'는 본사 지하에 국토교통성 기자 회견장을 본뜬 공간에서 다양한 긴급 상황을 설정하고 기자회견을 연다. 답변에 따라 다음 날 기사 제목에 다른 방향으로 게재될 수 있는 질문부터 실무자와 일반인의 시점 차가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질문 등을 던져 임원을 훈련시킨다. 현재 이 회사에서는 연간 200개사가 사과 기자회견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입사 지원자에 평가 받는 면접관


입사 지원자가 면접관을 평가하는 이색적인 제도도 등장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스미토모상사는 내년 4월 입사하는 신규 대졸자 채용 면접부터 지원자가 면접관을 평가한다. 면접을 통해 회사의 경영 방침이나 기업 풍토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는지 등 약 10개 항목을 5단계로 나눠 평가한다. 면접에 임하는 말투나 행동 등 개선해야 할 사항이 지적되면 이를 반영해 면접관을 지도한다. 취업 활동에서 학생이 면접관에 점수를 매기고, 개선해야 할 부분을 지적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시도는 인력 부족 심화로 기업들이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나타난 변화 중 하나다. 지원자를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나아가 기업 이해와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 취업 관련 정보 공유 사이트에서 면접의 내용이나 감상이 공유되기에 고압적인 분위기를 비롯한 부정적인 평가는 지원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의 '질문하고 평가하던' 면접관의 역할을 회사 비전을 설명·답변하고, (지원자로부터) 평가 받는 데까지 확대한 것이다.

스미토모상사의 면접관 평가는 1차부터 최종까지 모든 단계에 적용된다. 본부장급 임원이 담당하는 면접도 평가 대상이 된다. 회사는 면접 후 분위기가 좋았는지부터 만족도, 개선 사항 등을 익명으로 평가한다. 결과는 인사담당자가 집계해 필요시 다음 면접 때 반영한다.

회사의 '선택'을 기다리는 지원자 입장에서 엄격하고 솔직한 지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면접관 지도 시엔 인사 담당자가 개선점이나 점수만 전달하는 것을 검토한다. 일본 취업 정보 업체 마이나비가 3월 1~3일 실시한 조사에서 2025년 졸업 예정 학생들의 내정(기업 합격) 취득률은 34.3%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6.2%포인트 증가했다.내정을 취득한 학생의 70% 이상은 보다 좋은 대우나 분위기의 회사를 목표로 취업 활동을 계속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선택지가 많아진 우수 입사자 예비자들을 붙들기 위해 기업들의 이 같은 시도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댁의 자녀 입사 허락을…’ 엄빠에 허락받는 기업


기업들이 채용의 최종 관문으로 입사 예정자의 엄마 아빠에게 '허락'을 구하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일명 '오야카쿠'다. '부모'라는 뜻의 '오야(親)'와 '확인'을 의미하는 '가쿠(確)'를 합친 이 말은 단순히 자녀의 미래를 위한 부모의 '형식적인 동의'를 넘어 입사 여부의 실질적인 판단이 되고 있다. 채용 당사자에게 하는 합격 통보 위에 있는 최종 허락인 셈이다. 일본 취업 정보 사이트 마이나비가 올봄 취업을 앞둔 일본 대학생·대학원생 학부모 851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52%가 자녀가 합격한 기업에서 채용 허락을 구하는 연락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는 6년 전과 비교해 약 3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기업 관계자가 전화해 "자녀 분이 우리 회사에 입사하는 데 찬성해줄 수 있느냐"며 허락을 구하거나 부모가 기재하는 서명 란이 포함된 입사 서약서를 우편으로 보내 제출을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 부모를 위한 기업 오리엔테이션이 열리는 경우도 있다. 부모의 입김이든, 회사의 요청이든 이 같은 오야카쿠는 일본 성인들의 자립심과 결정권을 점점 약화시킨다는 지적이다.



<편집자주> 우리는 하루의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고 ‘일의 기쁨과 실망’ 속에서 몸부림치곤 합니다. 그리고 이는 옆 나라와 옆의 옆 나라 직장인도 매한가지일 겁니다. 먹고 살기 위해선 결코 피할 수 없는 ‘일 하는 삶’에 대해 세계의 직장인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요. 앞으로 매주 토요일 ‘The World of Work’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글로벌 미생들의 관심사를 다뤄보겠습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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