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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파괴·시설물 훼손·차량 부식 지적에도
염화칼슘·염화나트륨 이용한 ‘빠른 제설’ 집중
전문가들 “가급적 물리적 제설 시도해야”
2018년 대구 시내에 많은 양의 눈이 내려 한 초등학교 관계자가 학교 정문에 염화칼슘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임아무개(30)씨는 겨울철 산책 때마다 반려견을 안았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한다. 산책길 곳곳에 제설용 염화칼슘이 뿌려져 있어서다. 임씨는 “반려견이 먹을 수도 있는데 눈만 오면 너무 많이 뿌려져 있다”며 “나무에도 좋지 않다고 하던데 다른 대안은 없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눈 결빙을 막기 위한 제설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건 염화칼슘, 염화나트륨(공업용 소금) 등이다. 서울시의 경우 한 해 겨울 4만톤(t) 이상 제설제를 사용하는데 80%가량이 이들 성분이다. 그러나 염화칼슘 등 제설제는 도로를 부식시킬 뿐 아니라 가로수 등 생태계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남용을 줄일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5일 서울시 통계를 보면, 지난 겨울(2022년 11월~2023년 3월) 서울에서만 제설제 4만4470t이 사용됐다. 2019년 겨울(11월~이듬해 3월) 1만462t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이번 겨울(2023년 11월~22024년 2월)에도 3만2041t을 썼다. 대략 염화칼슘과 염화나트륨이 각각 40%, 20%는 친환경 제설제였다. 서울시는 이번 겨울엔 친환경 제설제 비중을 25%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염화칼슘·염화나트륨 등이 동·식물은 물론 도로 등 시설물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장한나 연구사는 “염화칼슘은 토양 내 삼투압을 증가시켜 수목의 수분 흡수를 방해한다. 땅을 알칼리화해 토양의 화학적 균형도 무너뜨릴 수 있다”고 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도 “염화칼슘이 물과 반응해 녹으면서 용해되는데 이때 증발한 물에 포함된 염화칼슘이 호흡기에 들어가면 건강에 좋지 않다”며 “용해된 염화칼슘이 하천에 흘러가면 물의 염도를 높여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차량이 오가는 도로보다 사람이 다니는 계단 등에 특히 제설제 사용을 절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염화나트륨 역시 토양에 나트륨 농도를 높여 식물의 수분 흡수에 나쁜 영향을 준다.

눈을 잘 녹이는 만큼 도로와 자동차도 잘 녹인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염화칼슘에 포함된 염소 성분은 아스팔트나 인도의 시멘트를 부식시키고, 특히 도로 위의 각종 철제 구조물이나 자동차 하부도 녹슬게 한다. 지난해 4월 무너져 논란이 된 정자교도 염화칼슘으로 인한 부식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여러 대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비용이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확대 중인 도로 열선도 좁은 골목엔 설치하기 어렵다는 단점 외에도 고비용이라는 한계가 있다. 서울시는 식물성 원료로 만든 친환경 제설제 사용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친환경 제설제라 하더라도 염화칼슘 등 보다 독성이 덜 할 뿐이지, 아예 없는 건 아니기에 남용하게 되면 환경에 피해가 가는 건 똑같다”고 말했다.

‘빠른 제설’이 제설제 남용 원인 중 하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도로와 차량 중심의 도시에선 빠른 제설을 위해 제설제 사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다 해도 가급적 물리적 제설을 시도하고, ‘어쩔 수 없다’며 제설제를 과하게 사용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설제를 사용하더라도 환경에 피해가 되지 않는 수단이 마련될 필요도 있다. 장 연구사는 “도로에 뿌려진 제설제가 나무 등으로 튀지 않도록 벽을 두거나 볏짚을 둬 흡수되는 것을 막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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