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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두 번째 갔던 때가 떠오르는데, 2010년 무렵, 시내가 아닌 한적한 주택가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더랬다. 서울로 따지면 홍은동이나 홍제동 부근일까. 조명이 희미한 낡은 도시를 걸어다니는데, 마을 구석구석의 정취나 벽보 폰트, 복잡한 전신주와 투박한 화분의 모양까지 어릴적 1980년대 감성이 물씬 느껴져 울컥한 무언가가 치밀어 올라왔다.



타이페이 변두리는 1980년대 이래로 건물을 새로 짓거나 재개발하지 않고 있었다. 어릴적 내가 살던 도시의 풍광이 문득 겹쳐 보인것이다. 엇비슷한 느낌을 일본의 큐수의 작은 도시에서도 느꼈다. 외국인데도 공유할 수 있는 동아시아적 동질감이 신기했고, 그로인해 무척 행복했다. 시간이 그대로 고여 멈춰 있는 느낌.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엇비슷한 분위기를 2012년 처음 전북 군산에 갔을 때도 감지했다. 그래서 2015년 또 한번 찾았는데, 그때는 그 느낌이 덜한 것이다. 놀라서 수소문해 보니, 멍청한 군산시청이 꽤 많은 돈을 들여, 전문업자를 고용해, 거리의 간판을 현대식으로 싹 개비한 것이다. 간판 업자 두 세명이 일괄로 디자인했기에, 그 오래전 다종다양한 느낌이 일순간에 무너진 것이다. 오징어게임 쌍문동 녹색 추리닝의 "힙hip"한 느낌을, 공무원은 절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1. 레트로 "뉴진스"



이미 많은 분들이 지목했듯이, 뉴진스의 감성은 굉장히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레트로" 감성으로 무장한게 특장이다. 추억은 방울방울. 예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5천원 짜리 고오급 과자 선물세트같다. 뮤비나 음방을 보면서 1993~1994년도에 유행한 서태지나 듀스를 언급하게 입을 간질이게 만드는 아이돌은 "뉴진스"가 처음이고 유일하다. 그 시대를 정통으로 살아온 세대로 무척이나 당혹스럽다. 이 꼬꼬마 애들이?



레트로 감성이란 예전 낡은 스타일을 고대로 "답습"한다고 발현되는 것이 아니다. 일례로 50대 후반의 아저씨가 싸게싸게 저가로 술집을 인테리어 한다고 해서 발현되는 감성이 아니다. 과거의 유산을 통째로 젊은 눈으로 "재해석" 해야 한다는 얘기다. 굉장히 복잡한 방정식이다. 동묘의 패션스타일을 답습하면, 그냥 낡은 아저씨일 뿐이지만, GD가 젊은 눈으로 새롭게 해석해야, 레트로풍의 새로운 힙지로-동묘 패션이 나온다는 얘기다.



그리하여, 뉴진스의 전략은 무척이나 흥미롭고 도전적인 주제가 된다. 무대를 가득 채운 5명 멤버들의 얼굴은 잡티하나 주름하나 없는 깨끗한, 미래지향적인 10대 청소년인데, 이들을 감싼 매질, 에테르는 1980~90년대의 감수성이기 때문이다. 이미 "디토ditto"나 "버블검"에서 선보인 비디오테이프 감성 말이다. 지지직 거리는 필름헤드 모터 움직임이 느껴지는 낡은 화면과 아날로그식 정서 말이다.



2. 상업주의?



필자 세대는 어릴때부터 지겹도록 "콜라먹지 말라"는 소리를 듣고 살았다. 그래서 그런지 콜라를 마실 땐 약간의 죄책감이 딸려 나온다. 어머님은 "건강" 때문에 마시지 말라고 하고, 대학 때는 "반미 감정" 요인 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비싸기도 했고, 콜라 이외의 대안도 너무 많았다. 단, 맥도널드에 갔을 땐 자유롭게 마셨지만.



그래서 그런지 "뉴진스"가 십수억대의 콜라 광고, 맥도널드 광고에 등장했을 때, 나는 어느정도 눈살을 찌부렸다. "회사가 돈독에 올랐구먼..".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뉴진스의 콜라 광고는 역대급으로 훌륭했다. 신세대 아이들이 콜라 cf 리듬 위에 통통 튀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한버터면 콜라를 사마실뻔했다. 하지만, 난 끝내 사 마시지 않았다.



뉴진스라는 "아이돌 스타"는 하나의 거대한 광고판이다. 처음부터 명품을 휘감고 한껏 고고한 모습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민희진의 처지나 상황이 절박한 탓도 있을 듯 싶다. 광고에 미친 사람처럼 "광고"에 열중한 것이다. 맥도널드와 코카콜라 광고 혹은 "콜라보"가 그 끝판왕이었을 것이다. 아예 "콜라"를 주제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으며, 토끼 버니즈는 맥도널드의 포장지가 된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전략은 적중했다.



3. "콜라보" !!



민희진의 전략은 "단순한 광고 모델이 아니다" 이며, "정확히 콜래보레이션"이라고 웅변하는 모양새다. 사실 이런 표현을 그는 한 적이 없다. 대략 유추할 뿐이다. "콜래보 전략"은 아티스트가 자본에 고용되는 게 아니라, 동등한 주체로 병립한다는 뜻이다. 놀랍게도 뉴진스는 100년 역사의 코카콜나나 맥도널드의 돈에 지배되지 않는다. 영혼 없이 "사랑해요. 맛있어요"를 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거대 자본과 브랜드를 상대로 쿨cool과 힙hip의 자세를 유지한다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의 유명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도 "뉴진스의 팬"을 자처하며 "콜라보"를 제안한 것도 일례가 된다. 돈을 주고 모셔온 게 아니라 다카시 선생이 먼저 다가온 것. 윈-윈 관계를 위해서 말이다. 어느새 전세계 명품 브랜드들이 케이팝 스타와 "콜라보"를 원하는 세상이 되었다. 브랜드가 갑이 아니라, 서로 동등한 관계 그 이상이 된 것이다.



뉴진스를 힙하게 보이게 하는 가장 결정적 이유는, 브랜드 선정과도 관계가 있다고 보여진다. 세계 최고의, 역사가 있는 브랜드를 택한다. 그리고 광고 모델로 고용되는 게 아니라, 아티스트가 이러한 브랜드를 자신의 작품의 "배경"으로 녹아 낸다. 그 브랜드엔 1980-90년대 청소년들의 향수와 추억이 배어 있다. 그리하여, 독자와 시청자는 이를 "광고"로 인식하기 보다는 "풍경"으로 받아 들인다. 레트로 전략과의 연결 고리다.



4. 케이팝의 역사, 자산



민희진을 옹호하려는 글이 아니다. 다만, 민희진이나 뉴진스나 방시혁 모두가 케이팝이라는 거대한 역사와 자산의 수혜를 받고 있다는 얘기에 더 가깝다. 1세대와 2세대 케이팝 스타들은 무대에서 서양 명품의상을 입기 위해선, 코디와 기획사에서 아마도 읍소를 해야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가 "제발 우리 옷을 입어 달라"며 돈을 싸들고 찾아온다. 이럴땐 비굴하게 넙죽 받아 입는 게 답이 아니다. 최대한 이미지를 매칭해 콜래보를 해버리는 것이다.



이토록 민희진의 "뉴진스"가 강력한 이유는, 그 레트로라는 감성 속에 과거 케이팝의 장점을 담으려는 거대한 "야심"이 꿈틀대기 때문이다. 뉴진스엔, 서태지와 듀스가 보일 뿐만 아니라, S.E.S와 H.O.T, 에프엑스가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온 느낌이 있으며, 일본의 아와지 슌지 영화의 화면 색감, 그리고 우리가 숱하게 보아온 흑백 순정만화의 캐릭터 이미지가 고대로, 아니 4K 칼러 화면 속에 박혀 있는 것이다. 오늘날 중장년층의 어릴적 꾸던 꿈이 현실이 된 것이다.



뉴진스의 "레트로"와 "상업주의"는 그래서 설득력을 갖고, 하나의 컨텐츠로서 강력한 맥락을 갖는다. 지난 번 "OMG" 노래와 뮤비는 아주 강력한 "애플 아이폰" 광고이기도 했다. 아주 잠깐 눈쌀을 찌뿌렸지만, 금새 그 의도를 파악하고 나는 빙그레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도어는 "빅 브랜드"에 절대 쫄지 않는구나. 시리siri를 하나의 등장 인물로 사용한 거니 말이다. "나는 아이폰입니다" 이 보다 철학적인 테제가 있었던가?



PS.



1. 협찬이 아니라 콜라보가 되려면, 돈도 돈이지만 상호 니즈가 완벽하게 충족되어야 함. 대만의 레트로 거리 풍광이 뉴진스 뮤직비디오와 콜라보 하는 느낌.



2. "뉴진스"는 통상적인 4세대가 아니라, 5세대 걸그룹이라는 누군가의 표현을 강력 지지함.



3. 이 참에 "뉴진스"에 대한 에세이집을 하나 써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 중.



4. 노래(콘텐츠)와 기업인 간의 법적 다툼은 분리해 보시는 게 좋고, 그러한 쿨한 태도를 추천함. 인간사가 진흙탕 속에서 연꽃을 피우는 과정으로서의 갈등과 모순 덩어리임. 싸움은 싸움이고, 작품은 작품이라고 저는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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